대회 2일차 일간 스포츠 보도 1979년 9월 19일

QB 정연일의 투혼
서울대 쿼터백 정연일(농교육 75))도 전날 성균관대와 경기에서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아 두통으로 밤새 잠을 못 잤지만 진통제로 통증을 달래고 다시 서울대 공격 팀을 이끌고 있었다.
경기도 잘 풀려서 8:6으로 앞서고 있었고 경기 종료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기에서 펌블이라도 나면 역전의 가능성이 발생한다.

정연일은 자신이 볼을 킵(keep)하여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볼을 들고 측면 으로 들고 뛰었다. 
그 순간 한양대 수비 LB에서 브릿츠를 한 선수가 라인을 돌파하고 이어 강력한 측면 택클로 쿼터백 정연일을 쓰러뜨렸다.
이미 힘이 소진된 정연일은 택클을 피하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심하게 부딪치며 쓰러졌다. (고 최현두/김갑철 서울대 OB 경기 현장의 증언) 

1979년 추계대회 서울대와 성균관의 경기, 일간 스포즈 9월 19일 보도 


다시 일어났던 연일이는 또다시 쓰러지다
그러나 연일이는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두 번 더 플레이를 하였지만 또 다시 강력한 택클을 당하며 그라운드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졌다.
그리고 일어나지 못했다.
쿼터백은 그 만큼 책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팀의 승리를 위해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다.
응급차로 순천향병원으로 후송된 후 두번에 걸쳐 수술을 하였지만 정연일군은 끝내 눈을 뜨지 못하고 일주일 후에 눈을 감았다.
정연일군의 운구를 메고 벽제 화장장으로 온 서울대 동료들은 정연일군의 시신이 한줌의 재가 될 때까지 눈물을 뿌리며 미식축구 부가를 불렀다. 

“외로웁고 슬퍼도 하늘만 바라보면서
 맨발로 걸어왔네 사나이 험한 길. 
 상처뿐인 영광이라 후회는 없다만
 허전한 내 마음은 달랠 길 없네.
 내 젊음 다 바쳐서 못 다한 꿈을
 머나먼 천국에서 이룰 날이 있으리라” 



1979년 9월 추계 대회 준비 중에 서울대 선수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정연일군 

"포기하지 마라"라는 연일군의 아버님
그 당시 부른 서울대 미식축구 부가는 60년대 최희준의 히트곡 ‘맨발의 청춘’을 필자가 개사한 곡으로 2절인데 1절보다 2절을 많이 불렀다.
이날따라 이 가사는 절절히 가족들과 선수들의 가슴을 울렸다.
같이 계시던 연일군의 아버님이 벽에 기대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계셨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미안해하는 서울대 선수들에게 “괜찮다. 내 아들이 자랑스럽다. 포기하지 마라.” 라며 도리어 선수들을 위로하셨다.

한줌의 재가 된 연일군은 사랑하던 모교 운동장에 뿌려지다 
오후 늦게 화장을 마쳐 한줌의 재로 변한 연일군은 서울대 농대 캠퍼스에 밤늦게 도착하였다.
선수와 OB 등 30여명은 노제로 연일군의 영정을 들고 그간 정이 들었던 기숙사, 마식축구 부실, ROTC 본관 그리고 운동장에 연일군의 재를 조금씩 뿌리면서 부가를 부르며 행진을 계속 하였다.
학교 기숙사에 있던 많은 다른 재학생들도 동참을 하며 "...내 젊음 다 바쳐서 못 다한 꿈을 머나먼 천국에서 이룰날이 있으리라"로 끝나는 서울대 미식축구 부가는 밤늦게까지 반복되며 서둔벌 캠퍼스에 메아리쳤다.(김갑철 서울대 OB 증언) 
  


정연일군의 병상에서 사투를 보도한 경향신문

 
참고자료
경향신문 1979년 9월 29일
일간스포츠 1979년 9월 19일
서울대 미식축구 66년사
족보 31: 고려대 미식축구 30년사
최현두: 생전 증언 1979년 당시 동아대 감독/김갑철: 당시 서울대 OB 증언 

글쓴이: TD News 한길 박경규 경북대 감독